『탄만집』의 두 글자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Windows에서는 보이지만 Mac과 iPhone에서는 네모가 된 『탄만집』의 두 글자. 사람의 관찰과 AI의 가설 수정, 글꼴 조사와 웹폰트 구현, 브라우저 자동화로 초안을 완성한 과정을 기록합니다.

『탄만집』의 두 글자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Windows에서는 보이는데 Mac과 iPhone에서는 보이지 않는 글자가 있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뉴스레터에서 이용휴의 문집 『탄만집』을 읽다가 발견한 일이었다. 한글로 적은 ‘탄만집’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한자는 Mac에서 두 칸이 빠진 것처럼 보였다. 탄만집(□□集)처럼 표시됐다.

『탄만집(𢾡𢿜集)』

보이지 않던 글자는 𢾡𢿜이었다.

확장 한자 두 글자가 네모로 표시된 화면

  • 글자가 삭제된 것이 아니라, 해당 문자를 그릴 글꼴이 없어 네모 두 칸으로 표시됐다.*

처음에는 복사하는 과정에서 글자가 깨졌거나 블로그가 문자를 제대로 저장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다. 마침 AI와 블로그를 함께 손보던 중이어서 Codex 5.6 Sol Light에게 원인을 물었다.

AI의 첫 번째 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AI가 처음 세운 가설은 문자 인코딩이었다. 두 글자는 흔히 사용하는 한자보다 훨씬 뒤쪽의 유니코드 영역에 들어 있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가 4바이트 UTF-8을 지원하지 않으면 물음표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럴듯했다. 하지만 한 가지가 걸렸다.

“Windows 컴퓨터에서는 보이는데 Mac에서는 안 보여. iPhone에서도 두 글자가 네모로 나와.”

내가 이 사실을 다시 알려주자 조사 방향이 바뀌었다. 같은 자료의 같은 문자가 Windows에서는 정상인데 Mac과 iPhone에서만 네모로 보인다면, 저장된 글자가 망가진 것보다는 운영체제마다 대신 선택하는 글꼴이 다른 쪽이 훨씬 그럴듯했다. iPhone의 네모 두 칸은 실패 화면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진단 자료였다.

AI는 처음 답을 밀어붙이지 않고 가설을 수정했다. 나도 ‘AI가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라고 기다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확인한 결과를 다시 전달했다. 이번 문제에서 결정적인 단서는 코드보다 그 짧은 관찰이었다.

두 글자의 정체

조사 결과 두 글자는 모두 ‘CJK 통합한자 확장 B’에 속했다.

  • 𢾡: U+22FA1
  • 𢿜: U+22FDC

확장 B는 드물거나 역사적인 한자를 많이 담고 있는 유니코드 영역이다. 일반적인 한글·한자 글꼴이 이 영역의 수만 글자를 모두 포함하기는 어렵다.

Windows는 이런 문자를 만났을 때 SimSun-ExtB 같은 확장 한자 글꼴을 대신 불러올 수 있다. 반면 내가 사용한 Mac과 iPhone에는 두 글자를 가진 기본 글꼴이 없었다. 글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모양을 그려 줄 글꼴이 없었던 것이다.

후보 글꼴을 하나씩 확인했다

여기서 바로 아무 한자 글꼴이나 설치하지는 않았다. 한문 고전을 다루는 글이므로 글자의 범위뿐 아니라 자형과 라이선스도 중요했다.

먼저 Noto Sans CJK KR을 확인했다. 이름처럼 한국어와 한자를 폭넓게 지원하지만, 실제 글꼴 파일에는 𢾡𢿜이 모두 없었다.

BabelStone Han은 더 많은 확장 한자를 지원했지만 𢾡만 있고 𢿜은 없었다. 중국 본토 자형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도 한국 고전 문헌의 보조 글꼴로는 아쉬웠다.

HanaMinB는 두 글자를 모두 지원했지만, 웹폰트로 수정·재배포할 때 적용할 라이선스 조건을 현재 시점에 명료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글꼴은 Jigmo였다. Jigmo는 확장 B부터 최신 확장 영역까지 폭넓게 담고 있고, 배포 파일 안에 CC0 1.0 라이선스 원문도 함께 제공한다. 수정, 서브셋 제작, 웹 배포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Mac에서 해결하는 방법

일반 사용자는 Jigmo 공식 사이트에서 최신 ZIP 파일을 받은 뒤 다음 세 글꼴을 설치하면 된다.

  1. Jigmo.ttf
  2. Jigmo2.ttf
  3. Jigmo3.ttf

Mac에서는 각 파일을 두 번 클릭하고 ‘서체 설치’를 누르면 된다. 이미 열려 있던 브라우저가 새 글꼴을 바로 알아보지 못한다면 브라우저를 완전히 종료했다가 다시 연다.

이 문제의 두 글자는 확장 B이므로 실제로 필요한 파일은 Jigmo2.ttf다. 하지만 고전 자료를 자주 읽는다면 세 파일을 함께 설치하는 편이 편하다.

설치 후 Mac에서도 다음 서명이 온전히 보였다.

『탄만집(𢾡𢿜集)』

Jigmo 설치 후 Mac에서 탄만집의 확장 한자가 표시된 화면

한국고전번역원 뉴스레터 아카이브 화면. Jigmo를 설치한 뒤 Mac에서도 두 글자가 정상적으로 표시됐다.

내 컴퓨터에서 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내 Mac에 글꼴을 설치했다고 해서 블로그 방문자에게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방문자의 Mac이나 스마트폰에는 여전히 Jigmo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블로그 쪽에는 웹폰트를 포함했다. 다만 3천만 바이트가 넘는 Jigmo2 전체를 모든 방문자에게 보내는 방식은 피했다. 확장 B 영역을 1,024개 코드포인트 단위의 작은 WOFF2 파일 42개로 나눴다.

브라우저는 현재 글에 필요한 유니코드 범위만 내려받는다. 𢾡𢿜은 같은 조각에 들어 있으므로 이 글을 읽을 때는 약 256KB짜리 파일 하나만 요청한다. 다른 41개 파일은 내려받지 않는다.

@font-face {
    font-family: "WithKai Extended Hanja";
    src: url("extb-22c00-22fff.woff2") format("woff2");
    font-display: swap;
    unicode-range: U+22C00-22FFF;
}

이제 해당 글꼴이 설치되지 않은 Mac, Windows, iPhone과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같은 글자를 볼 수 있다. 두 글자만 임시로 넣은 폰트가 아니라 확장 B 전체를 필요할 때 나눠 불러오는 구조라, 이후 다른 고전 문헌을 다룰 때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이 질문하고 AI가 수정한 과정

돌이켜보면 이번 해결의 핵심은 AI가 처음부터 정답을 내놓았다는 데 있지 않았다.

AI는 처음에 데이터 저장 문제를 의심했다. 나는 Windows에서 정상적으로 보인다는 관찰을 덧붙였다. AI는 운영체제의 폰트 폴백 차이로 방향을 바꿨다. 내가 다시 “중국 본토 자형보다 한국 고전에 어울려야 한다”, “두 글자만 넣으면 활용성이 떨어진다”, “라이선스는 괜찮은가”라고 물으면서 해결책도 계속 달라졌다.

결국 다음과 같은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

  • 사람은 맥락과 판단 기준을 제공했다.
  • AI는 후보를 찾고 글꼴 파일의 실제 문자 수록 여부를 검사했다.
  • 사람은 어색하거나 지나치게 좁은 해결책에 이의를 제기했다.
  • AI는 가설과 구현 범위를 수정했다.
  • 마지막에는 사람의 화면으로 결과를 확인했다.

AI와의 협업은 한 번의 좋은 질문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답을 받아들이고, 실제 환경에서 확인하고, 이상한 점을 다시 말하는 반복에 가까웠다. AI의 속도와 사람의 관찰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쓸 만한 답이 되었다.

이 글을 쓴 방법도 같은 실험이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기로 했다. 문제 해결 기록만 AI에게 정리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읽고 있는 글 자체도 같은 협업 방식으로 만들어 보았다.

Codex는 대화 기록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초고를 작성했다. 글꼴 파일에 두 문자가 실제로 들어 있는지 검사했고, 라이선스를 확인했으며, 웹폰트를 필요한 범위별로 나누는 작업과 테마 적용도 수행했다. 글의 분위기에 맞는 대표 이미지를 생성하고, 브라우저 자동화를 이용해 이미지·본문·태그·요약문을 블로그 편집기에 입력한 뒤 초안으로 저장했다.

그렇다고 AI가 혼자 글을 완성한 것은 아니다. 나는 Windows·Mac·iPhone에서 본 결과를 비교해 전달했고, 중국 본토 자형보다는 한국 고전에 어울리는 대안을 요구했다. 두 글자만 보이게 하는 임시방편은 활용성이 낮다고 지적했고, 라이선스와 방문자의 다운로드 부담도 다시 확인하게 했다. 마지막에는 AI가 등록한 초안과 실제 화면을 사람이 직접 검토하고 문장을 다듬었다.

이 과정이 보여 주는 AI의 가능성은 단순히 ‘글을 대신 써 준다’는 데 있지 않다. 관찰을 받아 가설을 고치고, 자료를 조사하고, 파일을 만들고, 웹사이트에 적용하고, 그 과정을 다시 읽을 수 있는 글로 남기는 일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 갈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만 방향과 기준,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작은 글자 두 개가 남긴 것

𢾡𢿜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니코드에도 있었고 웹페이지에도 저장되어 있었다. 단지 내가 보던 화면에 그 모양을 그려 줄 글꼴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문제를 푼 과정 역시 비슷했다. 답은 AI 안에 완성된 형태로 숨어 있지 않았다. 사람이 본 것을 말하고, AI가 다시 조사하고, 사람이 기준을 더하면서 조금씩 모습을 갖췄다.

고전의 두 글자를 되찾는 일은 생각보다 현대적인 협업이었다.


참고 자료

제작 기록

이 글의 초고 작성, 자료 정리, 글꼴 검사, 웹폰트와 테마 구현, 대표 이미지 생성, 블로그 편집기 입력에는 Codex가 사용됐다. 편집기 입력은 브라우저 자동화로 진행했으며 공개 발행 전 전체 내용과 화면은 사람이 직접 검토하고 수정했다.